OA 초아, 그룹의 정체성을 완성시키는 색채감
뛰어난 보컬리스트를 고르기에 앞서 해결해야하는 선결과제, 바로 ‘무엇을 기준으로 보컬로서의 탁월함을 판별할 것인가?’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개인적으론 ‘곡 전반을 잘 이해하고, 본인에게 할당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때로는 좋은 해석을 통해 작곡자의 의도를 넘어서고 확장시키는 것’이 탁월함의 기본이라는 생각이다. (보컬리스트란 근본적으로 연기자(performer)와 유사한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추가로, 아이돌이라면 일단은 댄스팝을 잘 불러야한다. 아이돌 음악의 대부분이 댄스팝이기 때문이다. AOA의 초아는, 바로 앞서 말한 기준에서 좋은 보컬리스트다. 라디오방송에 나와 부른 다른 음악가들의 커버, 주로 FNC의 연합 콘서트 등에서 보여준 록 스타일의 콜라보레이션 무대 등을 통해 그녀가 기본기(예를 들어 호흡, 발성, 성량, 음정 등)를 잘 연마한 보컬임을 깨닫는 건 쉬운 일, 하지만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AOA 본인들의 레코딩에서 드러난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그녀의 목소리는 색채감을 부여한다. 살짝 조여진 성대와 코를 공명시켜 만들어내는 듯한, 특유의 허스키하면서도 애교 많은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목소리를 통해 AOA의 음악을 최종적으로 데코레이션하는 것이 바로 그녀의 몫인 것. 좋은 기술을 가진 이는 많지만 한 그룹의 정체성에 크게 기여하거나 혹은 그 자체를 규정하는 보컬리스트는 많지 않다. 초아는 그것을 자연스레 해낸다. 그래서 내게는 멋지게 느껴진다.
글. 단편선(뮤지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