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마크는 고등학교를 들어오기 전까지 미국에서 쭈욱 살았던 것에 비하면 한국말을 아주 잘했지만, 진영의 이름을 발음할 때만큼은 약간 어색했다. '진영'에서 이어지는 연음을 구사하지 않고 '진녕'하고 특유의 미국인 억양으로 불렀던 것이다. 마주친 두 눈과 자신을 부르는 마크만의 목소리. 진영은 포박된 것처럼 움직일 수 없는 스스로가 두려웠다. 이내 마크가 두 눈을 감으며 진영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마치 연인과 키스하는 것처럼 쥐고 있던 손목을 제 쪽으로 끌어당기더니 목 뒤로 감겨든 한손이 진영의 고개를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입술이 부딪혔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파고드는 혀에 진영이 몸을 부르르 떨자 다른 한쪽 손이 다가와 반팔티 아래로 드러난 팔을 다정하게 쓸어주었다. 진영은 왠지 눈물이 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