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의미에서 은 그의 이름처럼 한편의 영화가 됐다. 이 앨범에는 그가 이제까지 전해왔던 사랑에 대한 여러가지 시선과 마음을 담았기에 영화처럼 극적인 전개가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사랑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네준다. 메마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보편적인 감성으로 따뜻하게 채워줬다.
기(시작) : 만났다, 반했다.
시작단계는 섬세하다. 더필름은 앨범을 여는 피아노 소품곡 로 섬세하지만 흡입력 있게 그의 음악세계로 초대한다. 이내 으로 전주 없이, 반주 없이 무덤덤하게 노래를 시작한다. 전트랙과 이어지는 섬세한 피아노 소리와 “날이 갈 수록 원한 사람 모든걸 걸어도 아깝지가 않을 사람 말도 안될 사람”이라고 꾸밈없이 마음을 드러내는 가사가 맞물리며 마음을 울린다. 또한 풍부한 오케스트라와 목소리만 부각되는 사운드 배치가 더 드라마틱하게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앨범과 동명의 곡으로 “그대 날 잊었나요”로 시작되면서 잊지말아달라고 전면에 내세우는 애절함을 지녔다. 따뜻한 나일론 기타 소리가 부드럽게 귀를 울리기 시작하면 떨리는 목소리가 전해지다 전해지는 후렴부에서 급격하게 재즈 힙합적인 사운드로 사랑에 빠진 남자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승(발전) : 사랑의 시작
발전 단계는 무척 달콤하다. 뭇남성들을 곤란에 빠뜨렸던 문제의 그 곡 다. 명성만큼이나 달달한 목소리가 귀에 꽂힌다. 가사는 “예뻐”가 전부인데, 이상하게 그가 “예뻐”라고 강약을 조절해 속삭일 때마다 다른 말의 고백으로 전해진다. 그가 진짜로 마음을 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로 달콤함을 한데 머금은 목소리를 이어나간다. 의 일상을 걱정해주는 따뜻한 가사와 실제 더필름과 친한 음악 동료들이 더해준 목소리는 그 훈훈한 마음만큼이나 따뜻하게 다가온다. 로는 기타 리프와 킥 진행이 인상적인 소소하고 예쁜 곡이 탄생했다.
으로 사랑하는 연인에게 조금 더 성숙한 모습으로 사랑을 주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가사를 보면 쉽게만 보여지는, 하지만 그래서 잊어버리기 쉬운 약속들이 담겨 있다. 더필름은 “이 곡을 듣고 눈물짓는 사람은 20대, 이 곡을 들으며 웃을 수 있는 사람은 30대”라고 전한 것처럼 이 노래는 모든 사랑하는 연인들이 함께 들어야할 연가이다.
전(전환) : 사랑은 달콤 쌉사름한 것
하지만 사랑이 뜨거웠던 만큼 헤어짐을 겪으면 마음은 곤두박질 친다. 더필름은 가장 잘 할 수 있는 정통 발라드로 무너진 마음을 여운있게, 깊이있게 담아내고 있다. 로 분위기도, 음악도 전환한다. 고통에 사무쳐 “이리도 죽고싶은걸요”라며 외쳐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아직 그대”인 슬픔을 중후하게 표현한 곡이다. “운명을 거부하고 인연에 맞서 그댈 붙잡은 나”라는 가사들로 힘든 사랑을 짙게 표현하고 있으면서, 평소의 더필름의 목소리 톤보다 더 낮고 굵게 노래하면서 완전한 반전을 완성했다.
결(여운) : 그녀를 닮은 계절이 돌아와 그녀를 추억한다.
이제 헤어진 그녀를 생각해도 격한 감정보다는 한켠이 아련해질 정도로 마음이 추스러졌다. 그렇게 지나간 사랑에 대해 여운을 남긴다. 는 겨울의 부드러움과 차가움까지 모두 담았다. 겨울에 만났던 연인을 돌아온 겨울에 추억하는 곡으로, “언제가 아주 따뜻한 목소리로 나의 맘을 녹여주던” , “어느 추울 계절 만난 겨울같은 너”로 따뜻했던 만큼 추운날 그리움이 더해지는 연인에 대해 그렸다. 도입부터 시작되는 아르페게이터 신스음이 빈티지하게 이제 막 90년대 정통 발라드처럼 들려오며 빈티지 하게 사랑의 감성을 자극한다.
로는 더 짙어진 자전적인 목소리를 담았다. 곡에 ‘은’과 함께한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가사는 실제로 겪을 법한 연인들의 기억과 닮아있다. 함춘호의 나일론 기타가 일품인 는 우연히 보게 된 사진 속 옛 연인의 얼굴을 보며 낯설어 하는 감정을 담았다. “그 봄 어느새 그 여름 추웠던 그 가을 첫 눈같던 겨울 이상하죠 그대의 사진을 보니 옛 생각이 자꾸 나는게 누구신가요”로 숱한 계절을 지나 마음을 정리해가며 여운을 주며 더 짙어질 그리움에 대해 노래했다.
그와 함께 겪은 사랑이야기가 점철된 16곡 68분의 겨울 영화 한 편은 그의 따뜻한 목소리만큼, 그의 솔직한 가사만큼 부드럽게 마음에 와 닿는다. 그리고 더필름은 또 한번, 우리네 사랑 모두가 영화같고 음악같다고 이야기해주고 있다. 가장 일상적인 마음을 가장 극적으로 만들어주는 더필름식 작법이 이번 겨울도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려나 보다.
사진 = 앨범 커버. 미러볼뮤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