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죽임 당한 사도세자의 아내로 끔찍한 세월을 감내하며 궁에서 천수를 다한 혜경궁 홍씨. 그녀는 10세에 세자빈으로 간택되어 궁으로 들어온 뒤 81세까지 살다 생을 마감했다. 왕실의 여인으로 살다, 한낱 여인으로 죽음을 맞이한 혜경궁 홍씨의 삶의 근원, 힘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혜경궁 홍씨]의 연출가 이윤택은 그것이 그녀의 비밀스러운 글쓰기. 바로 『한중록 』집필이었다고 본다.
그동안의 역사극이 주로 역사적인 사건과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면 연극 [혜경궁 홍씨]는 철저히 개별적인 인물 심리 중심의 연극이다. 조선왕조에서 가장 끔찍한 비극인 임오화변(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죽은 사건)을 둘러싼 왕실의 속내를 혜경궁 홍씨가 남긴 한중록을 바탕으로 풀어나간다. 한중록은 3대에 걸친 왕가의 비극과 혜경궁 홍씨의 지난한 삶의 비밀을 풀 수 있는 단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