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인사를 하자마자 뒤돌아서 가려는 수연의 팔목을 붙잡았다. 수연은 안그래도 바쁜데 계속 시간을 지체하게 만드는 여자의 모습에 살짝 화가난 표정을 지으며 돌아보았다. 여자는 앞으로 흘러내리는 앞머리를 쓸어올리고는 수연에게 핸드폰을 건네었다. 핸드폰 위에는 대일밴드도 같이 올려져있었다. 지금 무릎에서 피나요. 여자는 수연의 무릎을 내려다보며 말했고 수연도 여자의 시선을 따라 무릎으로 시선을 내렸다. 수연의 무릎은 살짝 까져서 피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아씨... 수연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아까 주저앉으면서 까진것 같은데. 여자는 수연의 손에 쥐어있는 밴드를 빼내서는 수연의 앞에 쭈그려앉았다.
"뭐... 뭐 하시는거에요?"
"잠시만 있어봐요. 지금 피나잖아요. 약은 없으니까 집에 가서 소독하고 다시 붙여요, 안그러면 덧나니까."
수연은 자신의 앞에 쭈그려 앉은 여자의 모습에 순간 주춤하며 뒤로 빠졌다. 하지만 여자는 수연이 더 뒤로 가지 못하도록 발목을 살짝 잡았다 떼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밴드의 포장을 떼고는 상처 부위에 조심스럽게 붙였다. 아, 예쁘게 붙였다.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자는 잠시 손목시계를 보는가 싶더니 수연을 향해 물었다.
"저기... 약속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벌써 시간이..."
"아 맞다. 어쨌든 감사합니다. 그럼 전 이만."
수연은 유리를 향해 감사하다며 핸드폰 폴더마냥 허리를 접어 인사하고는 초록불이 켜진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여자는 수연이 가는 뒷모습을 보며 '아차! 그말을 안했네.' 라며 혼잣말을 하더니 수연을 불렀다.
"저기요!!! 제 이름은 권유리에요! 제 번호 저장했으니까 연락해요,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