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차지수 기자]배우 이민호가 넝마를 입고 가난에 허덕인다.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 '시티헌터'의 이윤성, '상속자들'의 김탄이 돈에 배고픈 '상남자' 종대로 돌아왔다.
영화 '강남 1970'의 종대(이민호 분)는 넝마주이의 삶을 살아가다가 우연히 건달 패거리에 합류, 강남 개발 이권 다툼에 뛰어든다.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물불을 안 가리는 열혈남아다. 넝마주이 시절을 함께 했던 친구 용기(김래원 분)와 재회한 후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다.
스타성에 비해 스크린 도전이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이민호는 줄곧 이런 작품을 기다려왔다. 관객들에게 가슴 깊은 울림과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영화. 불투명한 앞날에 불안해하는 모든 청춘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던지기 위함이다.
-'이민호' 하면 사실 '구준표' 아닌가. 청춘물의 색깔이 강한 배우다. 연기 변신에 힘을 많이 들였을 것 같은데?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종대라는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서 과한 욕심을 부리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잘하려는 강박관념이 그대로 드러났으면 영화의 전체적인 틀까지 흔들 수 있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최대한 감정에만 집중을 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생들을 힘 빼고 표현하고자 했다.
-첫 영화가 청소년관람불가 액션이다. '재벌남'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시도인가?
내 이미지는 보는 사람들이 만드는 거다. 굳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저 내 나이에 맞는, 나한테 어울리는 것들을 고르는 편이다. 그냥 내 모습 그대로를 내비칠 수 있는 작품들을 꾸준히 해왔다.
-20대 후반에야 첫 영화를 한 이유는?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영화를 보고 불편함이 느낀 적 있다. 나이에 맞지 않는 과한 설정들, 예를 들어 '왜 저 배우는 어린데 남자다운 척을 하지?'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난 그런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았다. 또 영화는 관객들이 두 시간동안 충분한 가치를 지불하고 보는 장르가 아닌가. 드라마와는 또 다른 책임감이 들어서 더 신중하고 싶었다.
-이민호는 주로 여성 팬들이 많다.
항상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코드의 드라마를 많이 해서 그런 것 같다. 드라마에선 남자주인공을 찌질하게 그리지 않는다. 내가 굳이 멋있어 보이려고 하지 않아도 상황이나 대사가 날 멋지게 포장한다. 아마 남자들이 좋아할만한 장점들을 보여드린 적이 없을 거다. 사실 알고 보면 남자들이 날 더 좋아하는데..(웃음)-'강남 1970'을 선택한 이유가 뭔가?
캐릭터에 공감이 갔다. 지금 나와 내 친구들이 가진 미래에 대한 막막함을 종대가 그대로 느끼지 않나. 나도 스무 살 때부터 스물네 살까지는 종대처럼 힘든 시간을 보냈다. 종대와 같은 고민을 하고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사람들에게 열심히 노력해서 더 나은 삶을 살자는 응원을 보내고 싶었다.
-깐깐한 유하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감독님은 진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뭔지, 중요한 감정이 뭔지 계속 세뇌시킨다. 그 감정이 제대로 나올 때까지 괴롭히는 스타일이다.(웃음) 그래서 마음의 준비를 딱 하고 시작했는데 의외로 꽤 편하게 했다. 한 테이크를 세 번 이상 간 적이 없다. 나한테 따로 뭘 크게 요구하지 않으셨다.
-영화가 꽤 폭력적이다.
이유 없는 폭력은 아닌 것 같다. 깊고 어두운 이야기다. 그것들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다 보니까 수위가 높아진 것 같다. 이 영화의 큰 줄기를 이해하고 종대와 용기의 아픔을 공유하고자 한다면, 주제는 충분히 잘 전달될 것 같다. -친한 동료들이 영화를 본다면?
아마 깊은 얘기를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친한 김범이나 정일우 등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또래가 아닌가. 같이 달려 나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평가를 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냥 고생했다고, 잘될 것 같다는 그런 얘기만 해줄 것 같다.
-더 올라갈 데가 있나. 이미 스타다.
스타라는 타이틀은 나 혼자 만들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언젠가 나를 스타보다는 배우로 봐주시는 시기가 오도록, 그냥 내 모습 그대로를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들을 꾸준히 해 나갈 생각이다.
-어떤 배우가 되기를 꿈꾸나?
사실 20대에는 스타로만 남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앞으로 평생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할 거니까 지금 당장 어떤 결실을 봐야 한다는 압박은 없다. 나는 내가 만든 틀에 갇히는 게 두렵다. 어떤 배우로 남고 싶다는 계획을 세우면, 그렇게 되기 위해 내 말과 행동, 작품들을 끼워 맞출 것 같다. 그래서 난 또렷한 목표나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놓지는 않는다. 내가 나중에 어떤 배우가 될지 나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