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꽤 많이 젖어 있었다.
그와중에 벌게진 눈가에 등골이 쭈뼛 선다.
"들어갈게요. 주무세요."
소매로 눈을 한번 벅벅 닦고는 빠르게 집안으로 들어간다.
닫히는 문사이로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다 나도 모르게 발이 움직였다.
무작정 철문을 비집고 들어가 어깨를 잡아 돌렸다.
머릿속은 너무 복잡해지다가 결국엔 새하얘졌다.
그냥 단순해 졌다.
뭐든간에 오늘은 이 큰집에 혼자 재우고 싶지 않았다.
특히 힘들었을 하루였을거다.
쭉 째진 눈이 똥그래져서 떨어지는 눈물을 닦을생각도 않고 놀란채다.
"누가 너 불쌍하댔어.."
"내몸에 손대지마요.."
제발..
떨리는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눈물로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숨죽여 운다.
마지막 말과는 달리 내 손을 가만 잡아왔다. 달달 떨리고 있었다.
그대로 어깨를 감싸안으니 기다렸다는듯 어깨에 얼굴을 묻는다. 어깨는 순식간에 젖어들어갔다.
작은 어깨가 너무 안쓰럽다가 처음으로 느끼는 품안에 꽉 차는 온기에 같이 울뻔했다.
그 어떤 걱정도 사라지고 없었다. 그냥 힘들었을 이 아이의 오늘에 한 짐더 보탰다는게 너무 미안했을 뿐이다.
그래서 내가 위로해 주고 싶다.
나만 해주고 싶었다.
"..그만 봐요"
"손 안대고 보는 것도 안돼?"
아 진짜..
벌게진 이불을 끌어올려 가렸지만 마찬가지로 달아오른 귀는 미처 가리지 못했다.
웃으며 이불을 끌어내리는데 꼭 힘주고 버티다 기어코 눈만 빼꼼 내놓는다.
눈가가 퉁퉁부어선 빨갛다. 내일 어쩔려고..
침대에 걸터앉아 머리를 쓰다듬으니 눈이 끔뻑끔뻑 느리게 움직인다.
자세한 얘기는 못들었지만 피곤했을 하루였을거다. 등교까지 몇시간 못자지만 그래도 억지로 침대에 뉘였다.
그러고 보니 지훈이네 침실에는 처음 들어오는 거였다. 침대는 작았다. 딱 지훈이 하나 누우면 아늑하게 맞아떨어지는 크기.
주위에 어느 빈틈하나 없이 꽉 채울수 있는 크기.
"머리쓰담어 주니까 우리 엄마 생각난다"
"..그래?"
"네. 어렸을때 자주 그러셨어요."
눈을 살짝 감은채로 히죽히죽 웃는다.
오늘 처음 웃는거 보네.
괜히 폭 들어가는 보조개 한번 찔러보고 다시 머리칼을 헤집었다.
한참 가만 반응이 없어 자나 싶었더니 손을 갑자기 확 낚아챈다.
"놀래라"
"아저씨"
잡은 손을 이리저리 조물딱 대다 깍지를 조심스래 껴온다. 심장이 뛰었다.
"착각 아니에요. 진짜"
"..알아"
"엄마얘기했다고 또 오해하지 마요...진짜 아저씨라서 좋은거니까"
"하루에 얼마나 고백을 해대는거야.."
머리까지 울려대는 심장을 무시하곤 장난스래 말을 꺼내니깐 또 푸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