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달(溫達)은 고구려 평강왕 때 사람이다. 얼굴은 울퉁불퉁 우습게 생겼지만, 마음씨는 아름다웠다. 집이 가난하여, 항상 밥을 구걸해다가 어머니를 봉양하였고, 다 떨어진 옷과 해어진 신으로 시정(時井)을 오가니, 사람들이 그를 가리켜 바보 온달이라고 했다.
평강왕의 어린 딸이 울기를 잘 하니, 왕이 농담삼아 늘 이렇게 말했다.
“네가 항상 울어 내 귀를 시끄럽게 하니, 커서 사대부의 아내는 될 수 없고, 바보 온달에게나 시집 보내야겠다.”
공주가 16살이 되어 상부(上部) 고씨(高氏)에게 시집 보내려고 하자, 공주가 대답하기를,
“대왕께서는 늘 말씀하시기를 ‘너는 반드시 바보 온달에게 시집 보내야겠다.’고 하시더니, 지금 무슨 까닭으로 전에 하신 말씀을 바꾸려 하십니까? 평민들도 거짓말을 안 하려고 하는데, 하물며 지존(至尊)하신 분께서 거짓말을 하셔서야 되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서 ‘임금은 장난삼아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지금 대왕의 명하심은 잘못되었으니, 저는 감히 그 명을 받들지 못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