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 '교복 벗는 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죠?'
"재벌 2센데 고등학생이라고요? 또?"
2013년, 배우 이민호(28)가 드라마 '상속자들'에 출연하기로 했을 때 농담 반 걱정 반 뉘앙스로 질문했다. 당시 26살이던 이민호는 '한류스타'다운 여유로운 말투로 대답했다.
"마지막 교복일껄요. 적절한 시기가 있잖아요. '상속자들'은 지금 제가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캐릭터 같아요. 팬들도 좋아할 거 같고요."
그리고 2년 뒤, 이민호가 영화 '강남 1970'로 돌아왔다. 교복 연기를 끝으로 그가 입은 옷은 후줄근한 넝마다. 꾀죄죄한 이민호지만, '강남 1970'은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순항 중이다.
이민호를 연상하면 '스타' '교복'이 떠오른다. 지난 2009년 KBS2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한류스타 반열에 오른 뒤 꼬리표처럼 그를 따라다닌 수식어다. 드라마 '개인의 취향' '시티헌터' '신의' 등으로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았지만, '꽃보다 남자'만큼 강렬한 것도 없다.
그래서 이민호가 또 한번 재벌2세에 고등학생이란 캐릭터로 복귀를 결정했을 때 그를 향한 우려섞인 시선은 당연했다. 더군다나 그는 자유로운 모험이 가능한 '한류스타' 자리에 있었기에 '꽃미남 굳히기'로 보이는 선택은 뭇 사람들의 비아냥을 사기도 했다.
최근 '강남 1970' 인터뷰를 통해 오랜만에 이민호를 만날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이민호 인터뷰의 단골 주제인 교복 이야기를 언급했고 자연스럽게 과거사도 흘러나왔다. 이민호도 '상속자들'을 회상하며 "당시 유하 감독의 '강남 1970'캐스팅 제의도 받았다. 그런데 거절했다"고 말해 귀를 쫑긋하게 했다.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의 유하 감독. 그가 건넨 한 권의 책. 이민호는 뛸듯이 기뻤지만, 막상 읽어본 시나리오는 그가 먼저 감독을 찾아가 출연을 고사하게 만들었다. 웬일인가 싶지만,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란다.
이민호는 당시 본인이 '강남 1970' 속 종대란 인물을 표현하기엔 너무 어렸다고 생각했다. 물리적인 나이, 연기적인 '내공' 모두 그랬다. 다행히 그의 진심을 순수하게 받아들인 유하 감독은 이민호를 기다려줬다.
자신이 선택한 배우의 가능성을 믿은 감독 덕에 경험과 세월(?)을 쌓은 이민호는 적절한 시기에 작품 안에서 연기할 기회를 얻었다. 그만큼 열정적으로 '강남 1970'에 임했던 이민호는 또 한번 후회없는 미소를 보였다.
이민호는 "배우로서 존경하는 감독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그렇다고 나를 응원해 주는 수많은 팬들을 신경 쓰지 않고 작품을 고를 순 없어요. 개인적인 만족을 하자고 설익은 연기력으로 이미지 변신만 하겠다고 주장하면 안돼죠"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를 '스타'라고 불러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그 전에 배우죠. 그래서 주어진 능력치 안에서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해요"라고 강조했다.
연기하는게 좋아 배우가 된 이민호. 그리고 배우란 직업은 어느새 그에게 '한류스타'란 타이틀을 안겨줬다. 그로선 감사한 일이란다. 그리고 두 가지 타이틀의 무게를 잘 아는 이민호는 모든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amysung@tf.co.kr][연예팀ㅣ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