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헬은 예의바르고, 모두에게 존댓말을 쓰며 침착한 성격이고
밤의 마음을 챙겨주는 등, 세심한 면이 돋보이는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그 마음의 내면엔 어딘지 모를 어둠과 슬픔을 지니고 있죠.
반면에 유리는 누구에게나 반말을 하고, 상당히 무례한 편이며
상대방 고려를 잘 안하는 편이며 성격 역시 악명 높을 정도로 안좋은 축에 속합니다.
하지만 그 내면을 보면 의외로 남들을 챙겨주고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정 반대의 성격이죠.
게다가 이 두 캐릭터가 밤이 시리즈 내에서 유일하게
'~씨'를 안 붙여 부르는 캐릭터들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의외로 세트가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ㅋㅋㅋㅋ
이 둘에게도 공통점이 있는데요, 그건 바로 둘 다 밤에게 새로운 인생을 열어주었다는 것입니다.
라헬이 있었기에 '세상'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글씨와 글자를 알게 되었습니다.
유리가 검은 삼월을 빌려주었기에, 탑이라는 세상에 들어올 수 있었고
쿤과 친구를 맺어 더욱 많은 친구들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쿤이 애초에 밤에게 관심을 가진 이유가 라크가 검은 삼월을 사전에 알아보고 싸워보고 싶어하자 신기해서 도와주기 시작.)
때문에 어찌 보면 지금 만든 친구들 전부 유리 덕택이지요.
본편에서도 언급되었지만 라헬 때문에,
밤은 사람과의 관계의 따스함을 알았지만, 그와 동시에 외로움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유리 때문에
밤은 탑을 올라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지만, 그와 동시에 FUG를 만나 친구를 빼앗겨 친구를 위해 일하게 됩니다.
두 여자 모두, 밤에게 즐거움과 고통을 한꺼번에 안겨준 사람들이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작중에서 유리와 라헬의 흥미로운 공통점을 찾았는데요,
바로 이들이 나타날때마다 작품이 한번씩 뒤집어 진다는 점입니다.
1부에서는 유리 일행의 모습이 중간에 잠깐 잠깐씩 뜨면서 다들 '유리누님 언제 도착하세요!!' 하며 설레게 만들었죠.
그리고 쾅. 잠어몰이때 극적으로 나타나 엔도르시와 아낙을 구해줍니다.
2부에서는 라헬의 모습이 중간에 잠깐 잠깐씩 뜨면서, 다들 '으아 라헬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거지' 하며 불안해 하였죠.
그리고 쾅. 아를렌의 손때 에딘 단의 다리를 마구 찌르는 충격적인 장면을 보여줍니다.
정 반대의 모습을, 같은 방식으로 보여주는거죠. SIU 작가님의 이야기의 특성일수도 있겠지만요.
이렇게 보면, 신의 탑 캐릭터들의 역할은 이게 아닌가 싶습니다.
유리와 라헬은 신의 탑 이야기의 밸런스를 지키는 두개의 거대한 배경이고
밤은 그 배경 속의 주인공이며,
화련은 그 두개의 거대한 배경을 왔다갔다하며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으며
밤을 자신의 목표를 향해 이끌고 나가는 말 그대로 '길잡이' 이며, 연극으로 치자면 각본가 혹은 감독 정도고
엔도르시, 이화, 쿤 같은 나머지 캐릭터들은 그러한 배경과 무대 위의 배우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는 무대 위의 캐릭터들인 그들을 위주로 돌아가는 것이고.
유리와 라헬은 배경이기 때문에 자주 못 나오는 것이고.
기타적으로 소소하게 반대되는 점을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라헬 머리는 짧은 편(어깨까지만 닿는 편), 유리는 넘사벽으로 장발 (엉덩이 아래로 내려옴)
2. 라헬은 밤보다 키가 작고, 유리는 밤보다 키가 크고.
3. 라헬은 등대지기 (전략 포지션), 유리는 낚시꾼 (전투 선봉)
4. 라헬은 인맥이 거의 없지만 유리는 인맥 마당발.
5. 라헬은 주어진 틀에 순응하는 편이지만(그러면서 가끔 대형사고를 침),
유리는 그 틀을 깨는 편 (그러면서도 정작 큰 틀은 못깸)
조금 횡설수설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만, 즐겁게 읽으셨으면 좋겠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