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었으면 상 좀,"
그리고 바로 말문이 막혔다. 언제 다가온 건지 허리쯤으로 팔이 감겨들었다. 코앞으로 다가온 얼굴에 진영은 놀랄 틈도 놓치고선 뻣뻣하게 굳는 몸을 느꼈다. 마크가 눈을 감았다. 그는 늘 키스할 때면 그 큰 눈꺼풀을 내리감고서 달콤하게 다가왔었다. 마치 연인처럼. 지금처럼. 진영은 이건 아니야, 라고 생각하면서도 연인 같이 구는 마크에게 여전히 무력할 자신을 알고 있었다. 마크의 입술은 아무런 장벽 없이 진영에게 와닿았다. 물에 젖어 부드러워진 입술 표피가 맞물리고 목 뒤로 올라온 큰 손이 더 깊숙하게 끌어당겼다. 혀가 입술 사이로 파고들어와 진영의 것과 섞였다. 쌉싸름한 치약맛이 남아있는 혀끝이 치열을 훑고 입친장을 쓰다듬었다. 자기도 모르게 다리가 풀린 진영이 쓰러지지 않으려고 무심결에 앞에 선 마크를 끌어안자 기다렸다는 듯 붙들어오는 팔에는 예전엔 없었던 성인 남자의 완력 같은 것이 느껴졌다. 정신을 못 차리게 휘저어놓는 키스에 거의 무너져 내리다시피 한 진영의 무릎이 바닥에 닿기 직전이었다. 마크가 입술을 떼어내며 눈을 떠냈을 때, 진영은 눈물까지 고인 눈으로 아래에서 올려다보고 있는 자세가 되어있었다. 마크는 진영의 겨드랑이 아래를 받치고 있던 손을 풀어 젖어있는 눈 아래를 쓰다듬었다. 까칠한 살갗에 진영이 눈을 찡긋거리며 후들거리는 무릎을 다시 폈다. 왜 울어? 마크는 눈으로 물었다. 진영이 더듬더듬, 겨우 입을 열었다.
"...영주는..? 마크야..영주는..."
금방이라도 다정하게 끌어안고 다독여줄 기세던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