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골목에선 무섭게 생긴 커다란 개가 지나가는 둘을 보고 으르렁거렸다.
큰 개는 화가 난 것처럼 짖어댔고, 고양이는 겁에 질려 한달음에 도망쳤다.
더불어 도망치던 아이는 아까 그 개한테 고양이의 엄마 아빠를 본 적이 있는지 묻기로 했다.
고양이에 대해 개에게 묻는 아이가 개는 황당하기만 했다.
왜 고양이가 싫으냐는 질문에 개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다른 개들도 그렇게 하기 때문이란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을 뿐이다.
아이다운 순진한 질문인데, 정말로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개와 고양이를 함께 키우는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개와 고양이가 앙숙이라는 것은 어쩌면 선입견일까? 아니면 경험적 근거가 있는 것일까?
막다른 골목에서는 아기 고양이가 무서워 벌벌 떠는 생쥐를 만났다.
생쥐는 고양이에 대해서 자신에게 묻는 것에 역시 황당해했다.
아이에겐 역시 의문투성이일 것이다. 그렇지만 고양이와 생쥐는 가까이하기엔 좀 먼 사이이지.
그리고 세번째로 마주친 것은 똑같은 고양이지만 무척 경계심이 강하고, 그래서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검은 고양이였다.
모두들 아기 고양이의 부모를 보지 못했지만, 또 그들은 왜 서로 으르렁거리는지도 설명하지 못했다.
그냥 그래왔으니까, 그래야 할 것 같아서가 대답의 전부였다.
당연하지 않은데도 당연히 발톱을 세우고 산 그런 관계가, 이곳에만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