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진동이 끊임없이 울렸다. 끊어졌다 싶으면 약 올리듯 다시 울리고, 또 울리고. 나는 애써 모른 채 잠을 청하려 했다. 호흡을 가다듬고, 머릿속을 비우려 노력했지만 허탕이다. 결국, 나는 지구 주위를 빙빙 돌기만 할 뿐 이탈하지 못하는 달과 같았다. 전화를 받으며 창가의 커튼을 젖혔다. 구름 낀 하늘은 흐려 달빛도 희미했다. 구름 새로 겨우 옅은 빛을 비추는 달이 오늘따라 처량해 보였다.
- 왜.
- 백현아, 보고 싶어….
또 시작됐다. 술만 취하면 시작되는 네 객기. 그걸 어김없이 받아주는 나. 반복되는 이 패턴이 신물 났다. 지겹고 끔찍한 이 관계에서 제일 끔찍한 건 나였다.
낡은 천막을 젖히고 들어가니 찬열이 보인다. 그 옆에서 멋쩍은 듯 웃고 있는 경수도.
- 미안….
- 네가 뭐가 미안해.